카게스가 소설본 「좋은 사람」 완매
스가와라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카게야마가
스가와라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이야기
체육관 앞으로 물웅덩이가 가득 생겼다. 다들 우산을 펴다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꼭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가차 없이 쏟아진다. 까맣고 투명한 우산이 차례로 펴지면서 체육관 앞이 평소보다 복잡해졌다.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가 비에 갇혀 기묘하게 울렸다. 카게야마는 그들의 가장 뒤에 멀뚱히 서서 자기가 우산 펼 차례를 기다렸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서있던 부원이 빠져나가자 그 또한 우산을 활짝 폈다. 앞으로 걸어 나가기 직전, 그는 작은 의문을 품고 옆을 돌아보았다. 그 자리에는 스가와라가 우산 손잡이를 꼭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스가와라 씨.”
카게야마는 눈을 깜박이며 그를 불렀다. 스가와라는 흠칫 놀라며 카게야마를 돌아보았다. 옅은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물을 먹었는지 묘하게 묵직한 느낌이었다. 한참이나 물에 담아놓은 솜처럼 가라앉아 보인다. 카게야마는 또 다시 눈을 깜박였다. 스가와라의 시선이 카게야마의 눈에 닿았다가 차츰 아래로 떨어진다.
“안 가시나요?”
“아, 먼저 가.”
“스가와라 씨는요?”
이상하게도 가만히 선 스가와라가 영영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카게야마가 먼저 나가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스가와라는 머뭇거리며 밖으로 몰려나가는 부원들을 힐끔거렸다. 앞에서 3학년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스가와라와 카게야마를 찾는 것이 분명했다.
“다이치가 찾는다. 얼른 가. 난 우산이 고장 나서 엄마가 데리러 오시기로 했어.”
“우산이요? 제 거 같이 쓰실래요?”
“아니야. 금방 오실 것 같으니까 괜찮아.”
스가와라는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카게야마의 등을 슬쩍 밀었다. 카게야마는 마지막으로 스가와라의 우산을 힐끔 보며 자신의 우산을 폈다. 우산이라는 게 펼치기 전까지는 고장인지 모르는 법이라, 겉으로는 멀쩡해보였다. 카게야마는 허리를 꾸벅 숙이고는 부원들이 있는 곳까지 다소 빠르게 걸었다. 물웅덩이가 발에 치여 앞코가 조금 젖어들었다. 사와무라가 카게야마를 보고서는 “스가는?”하고 물었다. 스가와라에게 들은 대로 말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아즈마네에게 말을 건다. 그러는 동안 카게야마는 물웅덩이를 다시 차지 않도록 발치에 신경을 썼다. 부원들은 몰려서 걷다가도 갈라지는 골목길이 나올 때면 찰흙을 뚝뚝 떼어내듯 갈라진다. 카게야마는 헤어지는 부원들을 향해 또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자 젖은 운동화가 눈에 훤히 들어왔다. 그걸 보는데 뭔가 마음이 싸했다. 고개를 숙일 때마다 앞으로 쏠리던 가방이 시야 안에 보이질 않았다.
“아.”
카게야마는 난감한 얼굴로 “가방을 두고 왔어요.”라고 말했다. 우산을 챙긴다고 가방을 쏙 두고 온 모양이다. 카게야마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집에 갈 때야 가방 없이 가도 괜찮지만, 등교를 할 때 가방이 없는 건 꼬투리 잡힐 것이 분명했다. 카게야마는 다른 부원들과 정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으니 스가와라가 남아있을 것이다. 아까보다 걸음이 성급해져서는 자꾸만 물웅덩이가 발에 채였다. 운동화 속까지 물이 들어가 양말이 눅눅해졌다. 그날따라 체육관으로 가는 길이 멀었다. 겨우내 도착했을 적에 체육관 불이 전부 꺼져있는 것을 보고 카게야마는 허탈한 얼굴을 했다. 체육관 문은 양쪽이 모두 닫혀있었고 앞에 선 사람도 없었다. 헛된 걸음으로 체육관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아무 기대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니 문이 열린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두 개의 문 사이에 까만 틈이 생겼다. 카게야마는 문고리를 살짝 놓았다가 다시 쥐고 슬며시 밀었다. 스가와라가 문을 잠그지 않고 그냥 갔을까? 그가 그런 실수를 하는 사람이던가? 카게야마는 문을 완전히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문 앞에 무언가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했고, 소스라치게 놀라 어깨를 퍼뜩 떨며 뒷걸음질 쳤다. 그는 벽을 더듬어 불을 켰고, 금방 눈앞의 사람을 알아보았다. 카게야마가 머뭇거리는 사이, 스가와라는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불 좀 꺼줘.”
“아, 네.”
카게야마는 황급히 도로 불을 껐다. 체육관 안에 잠깐 샜던 빛이 섬광탄처럼 느껴졌다. 스가와라가 손바닥과 소매로 뺨을 닦는 것이 아주 느리게 보인다. 카게야마는 여전히 벽 스위치에 손을 대고 아무 말도 못했다. 심장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다. 스가와라는 얕게 헛기침을 하고서 “왜 다시 왔어?”하고 물었다. 물 먹은 목소리가 카게야마의 입안을 더욱 마르게 했다.
“가방을 두고 가서 다시…….”
말을 뱉다말고 입을 다물었다. 낮게 깔린 어둠 속에서 스가와라가 소매를 꽉 쥐었다가 다시 풀어내는 것이 보였다.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소매 끝이 축축하게 젖어있을 듯 했다. 카게야마는 마른 손을 꽉 쥐었다.
“왜 우세요?”
스가와라가 고개를 든다. 눈물이라거나 빨간 눈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젖은 목소리나 당황한 듯 얼굴을 닦아내는 손, 가라앉은 기침소리가 알려주었다. 카게야마는 우는 사람을 달래본 일이 없었고, 떠오르는 말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조금 기울여 스가와라의 그늘진 얼굴을 보았고, 스가와라는 그만큼 고개를 돌렸다.
“울긴. 감기 걸렸나봐.”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게야마가 떠난 이후로 줄곧 그 자세로 앉아있었던 것인지, 일어나는 것이 더뎠다. 그는 “가방 두고 갔다며?”하고 여전히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안쪽으로 가다말고 우뚝 멈춰 섰다.
“손수건 드릴까요?”
스가와라는 한참 답이 없었다. 그것이 거절인지 승낙인지 알 수 없어 가방에서 손수건을 내밀었다. 스가와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수건을 받았다. 하지만 그걸로 얼굴을 닦지는 않았다. 그저 손에 쥐고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카게야마가 멍하니 바라보자 그제야 작은 소리로 웃었다.
“안 운다니까.”
카게스가 소설본 「마지막 계절」 완매
고등학생 시절 실종되었던 스가와라가
6년 후 마피아가 되어서 나타나는 이야기
빈 메시지 함. 카게야마의 핸드폰은 평균보다 적게 울리는 편이었다. 제대로 세어본 적이 없으니 얼마나 더 적게 울리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옆 사람이 핸드폰을 쉼 없이 확인하는 것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걸까 생각한 적은 있었다. 그건 카게야마가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고,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의 집 앞에 어느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어느 누구도 떠올려내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카게야마는 처음에 그가 잠시 지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카게야마가 복도를 걷는 동안에도 여전히 카게야마의 집 앞에 서있었다. 배달을 왔다기에는 들고 있는 짐이 아무 것도 없었고, 집을 잘못 찾아왔다기에는 문에 기댄 모양새가 수상했다.
“누구세요?”
카게야마는 그림자의 어깨가 움직이는 걸 보았다. 아주 느리게 고개가 돌아가는 듯 하더니 이내 카게야마 쪽을 똑바로 보았다. 카게야마는 복도에 깔린 어둠 위로 환영을 보는 듯 했다. 어정쩡한 자세로 서서 눈을 마구잡이로 비볐다. 악몽을 꾼 날은 길었지만 헛것을 본 적은 없었다. 사흘 동안 추위에 떨면서 간절히 기다릴 적에도 헛것을 보지는 않았는데.
“나 좀 숨겨줘, 카게야마.”
헛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행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카게야마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스가와라의 몸을 받쳤다. 당황한 눈으로 주변을 훑는 동안 스가와라는 숨겨 달라는 말만 연거푸 뱉었다. 카게야마는 다급하게 문을 열고 스가와라를 집안으로 들였다. 겨우 침대에 눕힌 후에야 스가와라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잿빛 머리카락은 여전했지만 기억 속의 그보다 어른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보다 눈에 띈 것은 터진 입술과 뺨에 들어있는 멍 자국이었다. 이제 보니 손톱에도 멍이 들어 새카맸고 손마디마디가 긁힌 상처로 가득했다.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스가와라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 아래로 제법 높은 열이 만져졌다.
“스가와라 씨.”
카게야마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쥐었다. 스가와라는 다소 거친 숨을 뱉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요.”
카게야마는 최대한 침착하고자 애썼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눈앞에 살아있는데, 그 모양새가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보인다면 누구라도 그럴 터였다. 카게야마는 마른 침을 삼키며 핸드폰을 찾으려고 가방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스가와라는 힘겹게 고개를 저어내며 “안 돼.”하고 중얼거렸다. 낱말이 모래처럼 부서졌다.
“안 돼, 카게야마. 병원은 안 돼.”
“하지만…….”
“하루만 숨겨 줘. 그러면 돼. 내 애인 똑똑하지?”
스가와라는 그 말을 마친 후에 도로 눈을 감았다. 숨소리는 여전히 고르지 못했고 간헐적으로 기침도 뱉었지만 병원에 가자는 소리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침대 옆에 앉아 이마를 감쌌다. 스가와라 씨, 저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에요. 스가와라 씨가 어떻게 살아있는 지도 모르고, 왜 이곳을 찾아왔는지도 모르고, 쫓기는 이유도, 나를 애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모르겠어요. 카게야마는 원망이 가득 담긴 말을 꾸역꾸역 삼켰다. 그것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나도 길고 불안한 밤이었다.
그 날 카게야마는 비틀거리는 숨을 품은 채로 눈을 감았다. 침대 끄트머리에 몸을 기대어 금방이라도 악몽이 자신을 덮칠까 초조해했다. 잠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날에 까무룩 잠이 들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카게야마는 어깨를 바르르 떨며 고개를 들었다. 창밖으로 까마귀 소리가 들리고 냉기가 창문 틈으로 새어나왔다. 침대는 꽤 오래 전부터 텅 비어있었는지 아주 약간의 온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빈 침대를 바라보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메시지 함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그는 입술을 깨문 채 방을 둘러보고, 이내 방 밖과 화장실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스가와라의 머리카락 한 톨 찾을 수가 없었다. 카게야마는 곧장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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