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스가와라에게서는 희미한 담배냄새가 났다. 집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고, 이제 겨우 교복을 벗은 카게야마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였다. 스가와라의 코트에 달라붙은 그 눅눅한 냄새에 카게야마의 눈썹이 씰룩였다. 그러자 스가와라는 자기 소매를 당겨 킁 하고 냄새를 맡았다.
“담배냄새 싫어해?”
카게야마는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불쾌하기보다는 얼떨떨했다. 고기를 굽거나 냄비가 눌러 붙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살갗에 스며드는 연기의 냄새가 한없이 낯설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스가와라는 다행이라며 웃었다. 겨울날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맞물리는 하얀 웃음이었다. 대학팀에 스카우트 되었다는 카게야마의 이야기를 듣고, 스가와라는 거짓 없이 축하해주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대학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여전히 배구를 좋아하지만, 계속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카게야마는 그런 스가와라가 의아했다. 열정으로 따지자면 누구에게 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그런 속내를 삼켰다.
카게야마의 핸드폰이 울렸다. 가족에게 오는 전화였다. 스가와라는 눈길로 액정을 훑으며 전화를 받아보라고 했다. 카게야마는 몸을 조금 돌려 전화를 받았다. 스가와라가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 조금 더 늦게 들어갈게요.”라고 말하며 무의식적으로 스가와라의 동선을 살폈다. 멀찍이 떨어진 어둠 속에서 빨갛고 작은 불빛이 선명하게 자리했다. 카게야마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그 점을 응시했다. 연기의 뻗는 모양이 고스란히 보였다. 카게야마는 전화를 끊은 후 스가와라에게 다가갔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익숙하게 끼어있는 담배 한 개비가 이질적이었다. 어둠에 가려진 얼굴의 단면과 추위에 질린 입술과 그가 뱉는 담배연기 모두가 한 폭의 추상화 같다.
담배 피우지 마세요. 당신답지 않아요. 카게야마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가와라가 변한만큼 카게야마도 변해있었고, 서로의 변화를 타박할 어떠한 자격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마저 피워도 괜찮아?”하고 닿아오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배려라는 변명 안에 갇혀있을 뿐이었다.